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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하는 그녀 (넷플릭스 추천)


박나래 농염주의보 포스터

 

 

 

우리나라의 2030 세대에게 스탠드업 코미디를 널리 알린 사람은 단연 유병재라고 생각한다. 그가 얼마나 재미있건 사람들한테 어떤 비난을 받건 상관없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그의 공연은 매우 많은 유튜버 클립과 짤들을 생성해냈다.

물론 재미는 없었다. 블랙 코미디라는 이름을 들고 와서 만득이 유머를 하고 있으니 싱거웠다. 루이스 CK처럼 소아성애자를 소재로 쓰는 정도는 아니어도 우리를 시원하게 긁어줄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없었다.

그래서 박나래의 공연을 보기 전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유병재보다 더 잃을 게 많은 박나래라고 생각했기에 더 몸을 사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 넷플릭스에서 나온 그녀의 코미디 공연은 어땠을까? 아래에서 읽어 보자

 

 

 

 

 

 

 

 

 

박나래 농염주의보

 

 

 

솔직한 박나래의 모습

하지만 그녀는 매우 솔직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 방송인을 보게 될 줄이야. 평상시 나 혼자 산다에서 보던 그녀와는 다르다. 비디오 스타에서 나온 그녀와도 다르다. 이건 진짜다 싶었다.

그녀가 한 말이 웃기건 웃기지않건 수위라는 면에 있어서는 기대 이상이었다. 몸을 전혀 사리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연예인으로서 어느정도 가면은 쓰고 있겠지만 이전에 유병재의 공연을 보며 느끼던 답답함에 비하면 이건 알몸을 깐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떤 사람은 그냥 야한 말만 무식하게 늘어놓았다라고 비아냥대기도 하던데, 내게는 꽤나 타율이 높은 유머들이었다. 그녀의 당당함에 놀라고 당당함 속에 정곡을 찌르는 유머에 많이 웃었다.

 

 

 

박나래 농염주의보

 

 

무대장치에 다소 의존한...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 내가 기대하던 스탠드업 코미디와는 조금 달랐다는 점이다.
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들의 말재주에도 있겠지만, 오직 자신의 몸뚱이 하나만을 무대에 올려놓고 공연을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박나래도 물론 대부분의 시간은 마이크 하나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중간중간 무대 장치를 이용해, 뒤에 나오는 스크린을 이용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이 내게는 자신감이 없는 모습으로 비쳤다.

기술을 활용한다고 볼 수도 있고, 기존의 틀을 깼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아쉬운 이유는 그녀가 충분히 혼자서 공연을 이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스탠드업 공연을 보며 느꼈지만 그녀는 충분히 혼자서 공연시간을 씹어먹을 수 있다. 그래서 그녀가 공연을 씹어먹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녀와 무대장치가 사이좋게 공연을 나누어먹는 모습을 보며 큰 아쉬움을 느꼈다.

 

 

 

박나래 농염주의보

 

 

 

위대한 도전


그럼에도 그녀의 도전이 매우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이전에도 스탠드업 코미디는 존재해왔지만, 최근까지 스탠드업 코미디는 여전히 우리에게 먼 존재였다. 그 먼 존재를 가까이하는 선구자로서 박나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에 박수를 치고 싶다. 기존에 유병재가 길을 터놓았지만 그 길보다 더 나은 길을 걸어가는 그녀를 보며 박수를 치고 싶다.

공연 중간중간 그녀의 긴장된 표정이 얼핏 비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그녀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 메이저 방송과 마이너 한 스탠드업 코미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코미디언 박나래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

 

그래서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혹평도 들은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이 되었지만 나는 그녀의 도전을 응원하고 그녀의 뒤를 따라 많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어렵겠지만 내후년에 혹시 알까?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많이 생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