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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 서스펜스에 몰빵해 진부해진 결말 (+결말 스포)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 이제훈

 

 

파수꾼으로 한국 영화의 독립영화계를 뒤집어놓고 9년이 지났다. 파수꾼이 개봉한 뒤 많은 사람들은 윤성현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렸다. 1년을 기다리고, 2년을 기다리고 3년... 그렇게 9년이 지났다. 기다리는 사람들마저 포기하려고 하던 순간에 그는 차기작 발표를 했다.

 

그런데... 개봉을 결정하고 코로나가 터진다. 9년간은 작품이 공개되지 않은 것은 제작사와 감독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로 개봉을 하지 못한 것은 그들의 의지가 아니다. 이렇게 윤성현 감독은 차기작 개봉을 또 연기하다가 결국 그의 차기작은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바로 넷플릭스로 들어왔다. 그렇게 우리를 애태운 '사냥의 시간'은 과연 어떤 영화일까?

 

 

 

사냥의 시간 박해수

 

 

 

 

텍스트에 의존하지 않는 영화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을 준비하던 시기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는 텍스트에 의존을 많이 한다고 하였다. 즉, 연출이 아닌 각본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영화가 많다는 것이다. 영화라는 것은 이미지의 예술임에도 한국영화는 말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감정을 이끌어낸다는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매드 맥스'를 언급하며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기에 다음에 나올 영화는 설명하는 영화가 아닌 보여주는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그대로 사냥의 시간은 이미지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 속에 여러 대사가 있지만 그 대사의 양은 보통 상업영화에 비해 매우 적으며, 대사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보다 이미지와 연출을 통해서 감독은 우리에게 주인공이 놓인 상황을 체험시키고 영화 속으로 빨려 들게 한다.

 

 

 

사냥의 시간 박정민

 

 

다시 만난 기태

최근 이제훈의 연기를 보며 많은 아쉬움이 들었다. 이제훈을 '파수꾼'으로 처음 접한 나는 이제훈이 가진 무한한 잠재성을 보았고, 인지도가 높아지면 그 무한한 잠재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 '패션왕'에서 연기력 의심을 받았고, 드라마 '시그널'에서도 드라마의 인기와는 다르게 이제훈의 연기는 논란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제훈이 다시 기태와 같은 연기를 보여줄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 영화가 바로 '사냥의 시간'이었다. 이 영화에서 이제훈은 '파수꾼'의 기태를 다시 불러냈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순수한 느낌으로 돌아왔다. 물론 '파수꾼'에서 보여줬던 만큼의 파급력은 없었지만 연기 논란으로 실망을 주었던 그의 연기에 아직은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준 영화였다.

 

 

 

사냥의 시간 배우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 나머지...

'파수꾼'에서 윤성현 감독이 관객에게 선사한 영화적 즐거움은 크게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얽힌 플롯을 따라가는 즐거움과 플롯보다 더 복잡하게 얽힌 세 친구의 관계와 기태로 인해 느끼게 되는 극도의 긴장감이었다. 그중에서 '사냥의 시간'에서는 이 마지막 세 번째인 긴장감을 극도로 살린 영화이다.

긴장감에만 집중하기 위해 윤성현 감독은 플롯과 주인공 사이의 관계를 매우 단순하고 보편적인 좋지않게 말하면 상투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렇기에 이전에 '파수꾼'을 보고 복잡한 플롯이나 복잡한 인간관계를 기대했다라고 한다면 이 영화를 보고 크게 실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파수꾼'에서 느낀 긴장감또한 이 감독의 장점으로 생각했기에 이 영화를 보는 동안 '파수꾼'에서 느꼈던 긴장감이 배가 되어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2시간이 조금 넘어가는 러닝타임에도 긴장과 안도를 반복해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보았고, 약 10년동안의 기다림을 해소하기에 나쁘지는 않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었다. 

 

결말 스포일러

 

 

 

하지만 긴장감에만 집중해서인지 영화의 후반부는 무척 엉성해졌다. 후반부에서 결국 한을 따돌리고 준석만이 살아남아 밀항을 해서 떠난다. 하지만 나중에 한국에서 온 지인에게서 한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후에 준석은 그가 죽기 전까지는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그를 죽이기 위해 한국으로 다시 떠나고 막을 내린다.

 

초반의 배경 설정과 긴장감이라는 감정에 너무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인 것일까... 도리어 결말이 너무 엉성해졌다. 사실 한 이라는 인물이 가진 아우라가 컸기 때문에 초중반은 어떻게 긴장감으로 버틸 수가 있었지만 적어도 후반부에는 모든 것을 통틀어서 정리를 한 번쯤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정리가 없이 영화가 끝나버려서 그 부분은 매우 아쉬웠다.

 

물론 '파수꾼'에서 느낀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윤성현 감독의 고작 두 번째 장편영화일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윤성현 감독의 앞으로 미래를 더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그저 그의 세번째 영화는 그가 50대가 되기 전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