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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암조차 끊어 놓지 못한 것 (왓챠 일본 영화 추천)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앤니오 모리꼬네도 받기까지 평생이 걸린 아카데미 음악상. 류이치 사카모토는 1987년 '마지막 황제'의 OST로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었다. 이렇듯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일본인이 아니다 보니 그가 일본어로 많은 목소리를 내도 한국에는 닿지 않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번 다큐멘터리가 무척 반가웠다.

아래에서 사카모토 류이치에 대해 살펴 보자

 

 

 

 

쓰나미 피아노

 

 

 

 

 

이것은 정치적인 영화인가?

 

영화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원자력 발전소를 반대한다고 하며 동일본 대지진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목소리를 함께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갖던 사실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음악가의 삶을 조명하는데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중요하게 다뤄야 할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것도 류이치 사카모토가 갖고 있는 수많은 생각 중 하나일 테지만 어떤 것이든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선택을 한다면 음악과 연관된 그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춰주길 바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초반에 잠깐 등장하고 나오지 않는다. 초반에 등장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음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사실 원전에 대한 이야기도 '쓰나미에 살아남은 피아노'를 다루기 위해서 보여진 것이었다. 인간이 조율해 놓은 피아노 소리에 신물이 난 그는 쓰나미라는 자연이 조율을 한 피아노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갖게 된 것이었다. 

 

 

 

 

 

 

 

 

인두암 진단을 받고 난 후...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암에 걸릴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한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우리의 삶이 언젠가 끝이 있다. 그 끝은 병이라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사고라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자연스러운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 끝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을 잊고 산다. 아마 류이치 사카모토 본인도 그 끝을 잊고 산 것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는 치료를 위해 음악적인 활동을 전면 중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결심도 오래 못가 무너지고 만다. 존경하는 감독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제안을 받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음악 감독을 맡게 된다.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더 어이가 없던 건 '요즘엔 몸이 받쳐주지 않아 하루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8시간 이상은 작업할 수가 없다'는 그의 말이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일을 힘겨워하는데 그는 암에 걸린 채로 열심히 해도 8시간 이상 작업을 할 수 없음에 안타까워한다.

 

아마 그는 암에 걸려서 이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단순히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 같다. 그래서 그의 곡 Fullmoon에서는 영화 '마지막 사랑'의 마지막 대사가 삽입되었다. 우리의 삶이 무한해 보여도 결국은 끝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그 대사가 여러 나라의 언어로 계속 반복된다. 자신이 절감한 것을 우리에게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도전을 멈추는 순간 늙는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누구나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늙음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내가 도전을 계속한다면 정신은 늙지 않는다고 믿는다. 반대로 나이가 어려도 도전을 멈춘다면 그 사람은 이미 늙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 나오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보며 이 말이 계속 떠올랐다.

 

한때 부끄럽지만 나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단순한 뉴에이지 작곡가라고만 생각했다. 그의 90년대와 2000년대 초의 활동만 보고 그를 판단해버린 것이다. 사실 그의데뷔 초부터 행적을 보면 무척 다양한 음악을 시도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자음악, 재즈, 오토튠, 연기, 영화음악, 뉴에이지 등. 

 

그는 끊임없이 도전한다. 지금 맞이한 현실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소리를 찾기 위해 도전한다. 이 영화에서 그는 피아노 소리보다는 자연의 소리 속에서 음악적인 가치를 찾아내는 것에 더 많은 집중을 했다. 영화를 보면 기존의 악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해 새로운 소리를 내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레버넌트 음악을 들으면 단순한 악기 소리뿐만 아니라 자연의 소리도 함께 녹아들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은퇴할 나이인데도 그는 여전히 최고를 추구하며 도전하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토록 음악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만족스럽게 본 작품이다. 하지만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사랑하는 몇몇 사람들은 이 영화가 그를 담아내기에 너무 부족했다고 한다. 그건 맞다. 그의 가치는 1시간 40분 안에 담길 수 없다. 그가 만들어놓은 음악만 나열해도 1시간 40분이 훌쩍 넘는다. 그의 진정한 가치는 그가 만들어놓은 작품 속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음악 하나하나, 연주 하나하나, 그의 연기 하나하나. 이 다큐멘터리도 그 하나하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의 모든 것을 담기에는 부족하지만 그의 가치를 담아내는 한 조각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에 대한 사랑을 1시간 40분 동안 엿볼 수 있어서 나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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