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이라는 말에는 깊이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포스터에도 '더 깊게 빠져든다'고 나와 있다. 영어 제목도 "50 shades darker"이다. 그럼 인간적으로 좀 더 이야기가 깊어져야 되는 거 아닌가? 1편이 정말로 겉핥기 식으로 이야기가 끝났기에, 2편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깊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얕아졌다.
1편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레이(제이미 도넌 분)가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 분)를 만나 그녀를 SM의 세계로 인도하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그레이도 아나스타샤를 단순히 성적인 도구로 생각했지만, 그녀에게 조금씩 빠져든다는 내용을 1편에서 아주 겉핥기식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2편인 심연에서는 더 깊은 두 사람의 관계가 나올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그레이는 갈수록 남자가 쉬워진다. 처음에는 자신의 규칙을 따르라며 아나스타샤에게 강압적인 모습으로 나왔다. 하지만 2편에서는 아나스타샤가 이야기하면 다 해주겠다는 노예로 전락한다. 자신의 성적인 욕구마저도 아나스타샤를 위해서 포기할 수 있다는 순정남으로 등장한다. 그러면 1편에서 쌓아온 긴장감은 뭐가 되지? 1편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을 것 같은 그 긴장감은 뭐가 되냔 말이다.
또한 두 사람의 관계도 점점 얕아진 것 같다. 두 사람은 서로를 엄청나게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긴 하지만, 그 방식이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서만 보여준다.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한다는 증거는 두 사람이 나누는 성관계 외에는 없다. 그레이는 지금까지 만났던 여자와 아나스타샤가 다르다고 말은 하지만, 관객이 볼 수 있는 건 두 사람의 성관계 밖에는 없으니까. 두 사람은 깊은 대화를 나누지도 않고, 사랑에 빠지기 위해 어떤 갈등을 극복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레이가 너무 아나스타샤가 좋으니까 매달리고, 아나스타샤도 그레이가 좋은 것 뿐이다.
그래도 2편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되는 와중에 긴장감은 유지된다. 그레이를 처음 SM의 세계로 인도한 엘리나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엘리나가 등장해서 아나스타샤와 그레이의 알콩달콩한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레이는 너 같은 여자로는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까지 퍼붓는다. 그래서 약간의 긴장감이 있어서 그나마 볼만했다.
이렇게 긴장감을 주는 인물이 등장하게 되면 또 자연스럽게 3탄을 기대하게 된다. 마지막 최종장은 그래도 잘 마무리를 했겠지? 화려한 클라이막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 라고 생각했었지만 3탄은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여성향 영화이다. 애초에 소설이 전세계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그게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독하게 외설적인 이 영화가 어떻게 여성의 마음은 끌고, 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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