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여성향 영화이다. 애초에 소설이 전세계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그게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독하게 외설적인 이 영화가 어떻게 여성의 마음은 끌고, 남성들은 시큰둥하게 한 것일까? 남자와 여자가 좋아하는 성적 판타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이 너무나 궁금했다.
주인공인 그레이(제이미 도넌 분)는 젊은 백만장자이다. 사업체를 이끌고 있으며, 외적으로도 성격적으로도 무척 매력적인 남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그에게는 엄청난 비밀이 있다. 바로 상대를 속박하는 플레이를 즐긴다는 것이다. 바로 SM플레이이다.
반면, 여자 주인공인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 분)는 무척 순진한 여대생으로 등장한다. 남자 경험도 없기에 호기심이 무척이나 강하다. 그만큼 성적인 경계심도 무척 많다. 하지만 그레이의 매력에 이끌려서 결국 SM의 세계로 인도받게 된다.
총 3부작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1편에서는 많은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다. 결국 아나스타샤가 SM에 발만 잠깐 담구는 수준으로 등장한다.
그러면 대체 왜 순진했던 여대생 아나스타샤는, 그런 엄청난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일까?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수많은 여자들은 왜 좋아했던 것일까? 여기에는 그레이라는 인물 속에 비밀이 담겨 있다. 그레이는 말했듯이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고, 능력도 좋아서 엄청난 재산도 갖고 있다. 소위 말해 완벽한 남자인 것이다. 게다가 성격까지 나쁜 남자의 성격을 갖고 있어, 수많은 여심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하기만 했다면 인간적인 매력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컴플렉스가 있으니 그게 바로 그의 성적인 취향이다. 가족에게도 드러낼 수 없고, 지금까지 주변에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의 성적인 취향이 바로 그가 안고 있는 지독한 컴플렉스이다. 그 자신도 자신의 성적 취향이 비뚤어진 것을 알지만, 그걸로 인해 쾌락을 느끼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그걸 안고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완벽한 매력에 한 가지 약점을 부여했기에, 많은 사람이 그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는 이런 세계로 아나스타샤를 초대할 때 자신의 독단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에게 다가갈 때, 행동할 때는 지배적인 태도로 때로는 강압적이라고 할 수 있는 태도로 그녀를 리드한다. 그런 태도에 아나스타샤 본인도 조금은 불편해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SM의 세계로 그녀를 초대할 때만큼은 끈질기게 설득을 한다. 강압적인 태도는 버리고, 그 세계로 오는 것이 너에게 좋을 것이라고 조금씩 유혹을 한다. 그런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남자 경험도 없는 아나스타샤는 순순히 SM의 세계로 발을 들일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이 하나하나 모여서 종합적으로, 그레이라는 인물을 무척 매력적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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