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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빌 버: 알고보면 종이 호랑이> 필터 따위는 개나 줘버린 스탠드업 코미디 (넷플릭스 추천)


빌 버: 알고보면 종이 호랑이

 

 

 

페미니즘과 PC에 대한 이야기


나는 유튜브를 통해서 빌 버를 알게되었다. 그가 여러 방송이나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이 짤막한 클립 형식으로 여러군데 업로드 되어있었다.

그가 말하는 내용들은 다양했지만, 대부분 유튜브에 올라온 것은 페미니즘이나 PC에 관한 내용이었다. 정말 웃겼고 시원했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내에서는 페미니즘이나 PC에 관해 여러 논쟁이 있지만, 그걸 입 밖으로 얘기하는 연예인이나 개그맨은 거의 없다. 

하지만 미국에선 이걸 방송에서 대놓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그의 너무나도 직설적인 발언들이 시원했고 이야기를 비꼬는 방식이 무척 재밌었다. 그런 인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넷플릭스에서 그의 이름을 봤을 때 망설임없이 클릭하게 되었다.

이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도 역시 대부분의 내용은 PC와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전에는 짤막한 클립들로 단편적으로 봤다면 이번에는 몇 개의 주제를 긴 시간동안 깊이 파고들 수 있어서 좋았다.

 

 

 

빌 버: 알고보면 종이 호랑이

 

 

유머는 위반이다 누군가는 불편하다


그의 공연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것이다. 왜냐하면 논란이 있는 민감한 주제를 가져와서 그것을 자신의 솔직한 생각으로 거침없이 말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PC 심지어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흑인과 백인에 대해서 백인이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미국 내에서도 힘들텐데 그는 이걸 해낸다. 그런데 그도 흑인과 백인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흑인 아내와의 일화를 빌려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페미니즘이나 PC보다 훨씬 민감한 흑인에 대한 이야기는 그도 아내를 빌리지않고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특히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들.

유머는 기본적으로 위반을 전제로 한다. 안전한 틀이 있는데 그것을 살짝 흔들어주는 것이다. 대신 그 선을 적당히 지켜야 한다. 살짝 흔들면서도 여전히 위험하진않다는 것을 인지시켜야한다. 그래서 위반과 안전이 공존하는 게 유머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언은 무언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것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의 수위에 따라 그건 코미디가 되거나 비난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편한 코미디는 존재하기 힘들다. 특히 요즘은 더 그런 것 같다. 정치적 올바름이 강요되면서 위반의 기준이 더 강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이 정도 위반을 해도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꼈는데 요즘에는 그걸 불편하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어떤 이야기만하면 금새 사과를 하고 자숙을 하는 모습이 한국에 많아졌다.

그런데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빌 버는 미국에서 이런 소리를 외치고 있었다니.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빌 버: 알고보면 종이 호랑이

 

 

 

한국에도 이런 블랙코미디가 생겼으면


한국에도 이런 블랙코미디가 있었다. 유병재의 블랙코미디... 할많하않이라고 했던가? 근데 나는 말해야겠다. 유병재의 블랙코미디는 블랙코미디가 아니다. 그는 블랙코미디라는 이름만 빌려서 사실상 만득이 유머만 하고 들어갔다.

유병재는 블랙코미디를 한다고 했지만 그는 민감한 이슈는 전혀 건드리지않았다. 그가 비판하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에 의해 비판해도 된다고 허가받은 것들 뿐이었다. 실제로 비판받아야 하는 것이라도 그것이 사람들의 여론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면서 블랙코미디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블랙코미디라는 건 사람들에게 잘못된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 발견을 통해 우리는 깨달음과 그것의 부조리함에 조소를 보낸다. 그런데 유병재가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는가? 그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을 동어반복하는 것말고 무엇을 했는가? 안희O? 박O혜? 전XX? ... 여러 정치인을 비난했지만 논란이 있는 와중에 비판한 건 없다. 대부분 대중들에 의해 여론이 결정된 뒤에 그 여론에 편승해 떠들어댈뿐이다.

이런 것에 블랙코미디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유병재의 코미디쇼같은 이름으로 활약했으면 이정도로 비겁하다고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블랙코미디라는 이름을 들고왔고 자신의 방향성도 거기에 있다고 했다. 그럼 정말 말대로 그렇게 행동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보았을 때 그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한국에도 블랙코미디가 생겼으면 좋겠다. 유교, 선비의 문화 속에서 남들이 이야기하지 못하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글로벌 시대여서 다행이다. 한국엔 그런 사람이 없어도 지구 반대편에 시원하게 긁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