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C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이 글을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아마 글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 것이다.
'프리가이'는 프리시티라는 게임에서 은행직원으로 살아가는 가이의 이야기이다. 그는 플레이어들이 은행 강도 미션을 수행할 때 등장하는 NPC이다. 그러나 갑자기 길을 걷던 여성 플레이어에게 반해서 그는 NPC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
이 영화속 주인공은 NPC이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 속에서 NPC 같은 삶을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게임 속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NPC들의 틀에 박힌 삶을 비웃는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들도 NPC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나 직장을 가고, 약간의 오락거리를 즐긴 뒤 잠들고 다시 반복하는 일상을 말이다.
NPC의 삶만이 각본화된 삶이 아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부의 추월차선 완결판 : 언스크립티드'가 떠올랐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삶을 각본화된 삶이라고 표현한다. 남들이 정한 각본에 따라 우리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 열심히 일을 한다. 그리고 그 일로 평생의 시간을 보낸 뒤에 은퇴 이후의 짧막한 여가를 즐기고 죽는다. 전혀 매력없어 보이는 이 삶을 우리의 이상이라고 생각하며 뒤좇는다. 이게 바로 작가가 말하는 각본이다.
영화 속 가이는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이다. 원래는 틀에 박힌 삶을 살도록 설계되었지만 한 여자를 만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바뀌었다. 그 이후 가이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더이상 설계된 각본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능동적으로 살게 된다. 서로에게 총을 들이밀고 싸우는 게임 속 세계에서 그는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산다. 게임의 전체적인 각본마저 뒤바꾼 것이다. 고작 NPC가 말이다.
NPC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사람이 설계한 NPC가 스스로 생각을 해서 바뀔 수 있다면 우리도 바뀔 수 있다. 영화를 보고 그저 오락거리로 생각하고 바로 영화를 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허나 내게 있어 이 영화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내 삶도 NPC와 같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NPC는 애초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모방해 놓은 결과물이다. 그 삶을 제3자의 시선으로 적나라하게 바라보니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NPC가 벗어났듯이 자신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 의한 각본이 아닐까 의심하고 그걸 깨달았다면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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